글쓰기 공부방

일몰 / 정호승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3. 2. 17. 08:38

일몰 / 정호승

 

나에게도 발을 씻어야 하는 슬픈 시간이 찾아왔다

깨끗이 발을 씻고 새 옷을 갈아입고

당신이 찾아오기를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찾아왔다

 

그동안 해가 지면 기쁜 마음으로 당신의 발을 닦고

당신의 발에 입을 맞추었으나

오늘은 나의 발을 닦고 고요히 당신을 기다린다

 

해는 지고 노을 속으로 새 한마리 날아간다

나는 사라질 때까지 사랑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일몰의 순간에 굳이 일출의 순간을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일몰의 아름다움이 없으면

일출의 아름다움 또한 존재하지 않으므로

일생에 단 한번 일몰의 아름다움을 위해 두 팔을 벌린다

 

오늘도 당신을 기다리는 일몰의 순간은 찬란하다

결국 모든 인간이 아름다운 까닭은

일몰의 순간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글쓰기 공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매화를 노래하다·2  (0) 2023.02.17
동요풍의 한시 / 주요  (0) 2023.02.17
졸업식 / 이근화  (0) 2023.02.16
물목에 와서 / 이세기  (0) 2023.02.16
인사 / 박소영  (0) 2023.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