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물의 무게 / 서범석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6. 4. 24. 09:58

 물의 무게 / 서범석

 

물을 줄인 
늦가을 잣나무 가지 끝이 한 자는 올라갔다

낙엽 위에 떨어진 
산사나무 붉은 열매도 준비 중이다

볼이 미어지도록 삼킨 
못난이 모과의 얼굴도 잔디밭에서
토악질이네

물기 사라진 박주가리 열매가 터트린
하얀 솜털은
바람을 밀치며 날아오른다

구름이 하늘을 막아서더니
갉아먹은 눈비를
마른 잎새 같은 할머니 무명치마에 뿌린다
-『난센스의 지각』, 시학

 

서범석 시인은 섬세하고 감각적인 언어로 인간 내면과 자연, 일상 속의 사유를 탐색하는 시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자연과의 교감, 일상의 서정성, 감각적 이미지와 절제된 언어, 내면의 고요한 성찰 등이 서범석 시세계의 특징으로 꼽힌다.

남승원 문학평론가는 “시집 『난센스의 지각』에 드러나는 서범석 특유의 시선은 평소라면 우리의 눈에 띄지 않은 채 존재하는 세계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이는 같은 시간과 공간을 살아가고 있음에도 이름조차 알지 못했던 수많은 존재들의 세세한 일상을 기꺼이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로 나아간다.

‘하늘 말고 땅에서 땅을 품는 물로 만나’(「터널」)기를 원하는 시인의 간절함은 곧 보이지 않는 것들을 향한 관심과 공감의 필요성에 대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라고 말한다. 

[여성소비자신문 허형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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