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무휴의 사랑 / 진은영

어떤 사랑에는 휴가가 없다. 행복한 고통에 연루된 사람의 일이다. 행복한 고통이라니 아이러니하다. 시인은 제목에서 일부러 띄어쓰기를 하지 않았다. 계절의 반복과 시간의 속도가 느껴진다.
“작은 엽서처럼” “전적으로 열린 채” 누군가에게 보내지는 사랑을 상상해 보자. 이 사랑은 봉투에 담긴 편지가 아니니, 비밀을 담을 수 없는 엽서처럼 맨몸으로 날아간다. 맨몸이 날개인 사랑이다.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가을·겨울이 차례로 오지만 마음은 쉬지 못하고 정처 없이 날아가는 중인 사랑!
이 사랑은 닫을 수도, 막을 수도, 속도를 늦출 수도 없다. 계절보다 빠르게 움직이며 때로는 계절을 앞지를 것이다. 시의 화자는 사랑에 빠진 자신을 “오후의 장미처럼 벌어진” 사람이라 명명한다. “네가 쏟은 커피에 젖은 냅킨처럼” 축축하고 납작하게 눌린 사람, 한없이 낮은 자리를 자처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가을에는 “만개의 파란 전구가 마음에 켜진 듯” 하고 온전하지 않은 영혼은 잠옷 차림으로 거리를 헤맨다. 겨울에 그는 어떨까? 마지막 문장을 보면 겨울이 와도 감염 같은 사랑에서 아직 회복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맨홀 뚜껑 위에 쌓인 눈을” 맨발로 밟으며 화자는 다시 봄으로 갈 것이다. 겨울에 바투 붙어 있고 여름과도 멀지 않은 봄. 꽃이 피자마자 떨어질 준비를 하며 다시 여름으로 가을로….
어떤 사랑은 시간을 뭉텅이로 흐르게 한다. 계절을 천천히 살지 못하게 한다. 마음이 과로하여서, 가파른 계절에 몸이 묶인 채 쓸려 다닐 수밖에 없다.
[농민신문 박연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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