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지척이면 / 작자 미상
마음이 지척이면 천 리라도 지척이오
마음이 천 리오면 지척도 천 리로다
우리는 각재(各在) 천 리오나 지척인가 하노라
-청구영언 육당본
시공을 초월하는 마음
마음의 거리와 지리상의 거리는 다르다. 마음이 함께 있으면 천 리라고 해도 지척과 같다. 그러나 마음이 떠나 버리면 함께 있다고 해도 천 리만큼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사랑하는 우리는 각각 천 리만큼 떨어져 있어도 곁에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우리를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라는 영화가 있었다. 지구는 오염돼 인류는 새로운 터전을 찾고 있다. 종이가 겹쳐지듯 우주가 만나는 웜홀을 지나 시간이 달리 흐르는 먼 우주에 갔다가, 꼭 돌아오겠다는 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동료이자 연인을 버려두고 블랙홀을 이용해 천신만고 끝에 돌아오니 딸은 이미 늙어 죽음을 앞두고 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인류의 새 터전을 찾은 탁월한 과학자가 된 딸은 말한다. “아빠, 나는 이제 자식도 있고, 부모가 자식의 죽음을 지켜볼 이유는 없어요. 아빠는 기다리는 사람에게 돌아가세요.” 까마득한 시공 저 너머를 향해 떠나가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그렇다. 마음이 함께 있으면 우주의 거리도 초월하는 것이다. 얼마나 신비로운가? 사랑하는 마음이여.
[유자효 시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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