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 이생진
섬에는 어딜 가나 동백꽃이 있다
동백이 없는 섬은
동백을 심어야지
동백은 섬을 지키기에
땀을 흘렸다
동백은 바위에 뿌리 박기에
못이 박혔다
동백은 고독이 몰려와도
울지 않았다
(시집 ‘그리운 바다 성산포’, 동천사, 1987)
[시의 눈]
‘이 시집을 바다에 묻힌 가난한 사람들에게 바친다’, 시인의 육성처럼 이 시집의 고향은 바다다. 제주도 동쪽, 성산포가 무대다. 일출봉에서 우도를 바라보며 시집을 펴면 시집 속의 활자들이 모두 바다에 뛰어드는, 해조음 물씬 젖는 시집이 ‘그리운 바다 성산포’다. 어느 쪽을 열어도 푸른 수평선이 이마에 걸치어 바다에서 시를 읽는, 갯내음 물큰한 시어들을 만나게 된다. ‘동백은 섬을 지키기에/ 땀을 흘렸다// 동백은 바위에 뿌리 박기에/ 못이 박혔다’, 섬을 섬답게 하기 위해 동백은 섬 언덕 바위틈에 자생한다. 푸른 물감 가운데 붉은 꽃송이. 그 이미지는 강렬하고 짙다. 외딴 섬, 고즈넉한 섬에서 만난 붉은 열정의 동백꽃, 그것은 몇 송이만으로 낭만적이다. 동백꽃과 푸른 바다와 겨울 햇살, 자연의 화폭은 이 셋만으로 족하다. 벌써 운치의 절정에 이른다. ‘동백은 고독이 몰려와도/ 울지 않았다’, 동백의 내성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준다. 삶의 무상함과 덧없음을 얼마나 지켜 보아왔으며 숱한 세파를 얼마나 견디며 살아왔는지 동백꽃은 붉게 태운 얼굴로 속내를 발설한다. 바위에 뿌리 박은 몸이기에 흔들림도 울음도 없다. 그냥 몸으로 고독을 견딘다. <광주매일신문 윤삼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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