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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에 부쳐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5. 12. 22. 15:27

동지에 부쳐

 

해가
가장 낮은 곳에 이르러
한 해의 등을 잠시 내려놓는 날

긴 밤은
창호지 밖에서 숨을 고르고
방 안의 등불은
불씨를 품은 채 말이 없다

부엌 아궁이에
남겨 둔 불씨 하나
식지 않은 온기로
솥은 다시 숨을 붙인다

팥죽이 잦아들며
붉은 알갱이마다
지나온 날들의 추위가
조용히 풀린다

사람들은 알았다
이 날이 끝이 아님을
어둠이 가장 깊을 때
빛은 길을 돌린다는 것을

동지는
밤이 머무는 자리가 아니라
해가 돌아설 줄을 아는
세월의 문턱

등불이 꺼지지 않는 한
내일은
이미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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