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잠들지 못할 때 / 송기원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5. 11. 3. 06:21

잠들지 못할 때 / 송기원

 

닦아서 날카로워지는 것은 비수만이 아니다
밤은 깊어서, 누리에 가득한 슬픈 눈물이
저마다 무거운 꺼플을 닫을 때
이제 그만 우리도 비수를 거두자
이 밤에 불면으로 빛나는 자여
그대 두 눈의 진주가 나를 닦아서
나 또한 진주가 되어 누군가를 닦는다.
(시집 ‘그대는 언제나 밖에’, 살림, 2023)

[시의 눈]
역사책을 펼치면 피비린내 나는 칼과 창의 맞부딪침, 총탄 포탄이 빗발치는 화염의 냄새로 진동한다. 인간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다. 세계사도 그렇고 국사도 그렇고 개인사도 또한 그렇다. 미움과 질시, 분노와 폭력을 품고 각축하며 헐뜯고 각축하다가 서로가 상처를 입고 지치고 허물리어 깊은 상흔을 핥으며 뒤늦은 후회에 가슴을 치기도 한다. 강자가 약자를 몰아붙이는 약육강식의 정글을 직시하고 있는 시인은 평화의 언어를 살생의 무기들에게 불어넣기로 한다. 그는 선지자의 말을 되새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날이 오면, 사람들이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 다시는 전쟁을 연습하지 않을 것이다.’ 시인이 선택한 무기는 원융무애의 정신이다. 칼은 더 이상 죽이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거친 흙을 갈아 생명을 살리는 보습날 같은 도구가 되어야 하니까. 흙더미 위에 빛나는 보습날은 걸리고 편벽됨이 없이 가득하고 만족하며 완전한 일체가 되어 상호 융합하여 걸림이 되지 않는 참된 자기완성의 정신을 표방함이 아니겠는가. 비수를 거두어 날카로움을 부드러움으로! 상처를 회복으로! 무애행을 통해 시인은 자신을 통으로 담금질하고 있는 것을.

 <광부매일신문 윤삼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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