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메시스 / 파디 주다
딸아이가
거미 한 마리를 해치지 않는다
자전거 손잡이 사이
집을 지은 것이었는데
꼬박 이주일을
아이가 기다렸다
거미가 스스로 떠날 때까지
거미줄을 허물면
거미도 알 거야
집이라 부를 수 없는 곳이구나
그럼 네가 자전거를 탈 수 있단다
일러 주자
딸아이가 말했다. 그렇게 누군가는
난민이 되는 거 아니에요?
파디 주다(1971~)
거미가 집을 짓는다. 아이는 거미가 “자전거 손잡이 사이”에 집을 짓는 것을 지켜본다. 그리고 “거미가 스스로” 집을 떠날 때까지 기다린다. 시인은 거미줄을 허물어버리면, 이곳은 “집이라 부를 수 없는 곳”이 되어 거미가 떠날 것이라고 알려준다. 그러나 아이는 “거미 한 마리를 해치지 않는”다. 힘이 센 누군가가 집을 허물고 마을을 폐허로 만들면, 누군가는 난민이 된다는 사실을 아이도 이미 알아버린 듯하다.
팔레스타인 난민 부모 밑에서 태어난 시인 파디 주다는, 이 시에서 불안하고 위태로운 거미집과 자신의 정체성이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거미가 집을 짓고도 떠나야만 하는 현실, 누군가 거미줄을 거대한 무기인 막대기로 떼어내는 것은 자기 나라에서 매일 일어나는 일이다. 폐허가 된 참혹한 가자지구. 누가 그렇게 만든 것인가. 어느 신이 그렇게 하라고 했나. 누군가가 누군가의 세계를 허물어뜨리고 검은 연기를 피워올려 끝내 지워버리는 일에 지구도 몸을 뒤척이며 아파하고 있다.
거미가 집을 짓는다. 곧 무너질 집에. 폐허 위에 다시 집을 짓는다.
[경향신문 이설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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