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뛰어오는 비 / 성정현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5. 8. 4. 06:00

뛰어오는 비 / 성정현

 

운동장이 비를 초대했어

걸어오던 비가
운동장이 보이자
뛰기 시작했어

비가 운동장을 달려
비비가 그림을 그려
비비비가 노래를 불러
비비비비가 물놀이까지 해
비비비비비가 동글동글 웃고 있어

빗물 놀이터가 된 운동장

저기,
B가 뛰어오고 있어
b도 뛰어오고 있어.
(동시집 ‘뛰어오는 비’, 청개구리, 2022)

[시의 눈]
B·b는 다양한 개성을 가진 동심주체들 두 개의 기호로 상징화한 것이다. 운동장을 달리고, 그림을 그리고, 물놀이를 즐기고, 동글동글 웃음 날리고. 원시적 동심주의를 바탕에 깐 비 오는 운동장, 그 시공간은 동심의 삶과 동일시 된 역동적 숨결로 가득 채워져 있다. 대지적 상상력의 운동장, 물의 상상력의 비, 이 둘의 결합을 통해 시의 화면은 생동감 있는 동심 축제로 활기를 띠고 있다. 빗물 놀이터가 눈 앞에 펼쳐져 있다. 누가 과연 이 축제를 피하랴. 동심의 소유자라면 그 누가 이 장면을 그냥 지나칠 것인가. 비를 초대한 운동장이 촉촉이 젖어 동심을 부르는데. 자연의 대표적 물질인 물은 시인의 영혼에 강렬한 영감을 불어넣는 매력적인 질료이다. ‘비가 운동장을 달려/ 비비가 그림을 그려/ 비비비가 노래를 불러/ 비비비비가 물놀이까지 해/ 비비비비비’ 이 대목에서 동심을 소환하는 놀라운 물의 상상력을 만나게 된다. 연속적으로 포진된 작은 동심 카니발에서 비가 자연발생적인, 상큼발랄한 동심의 원형적 모티프란 것을 발견하게 된다. 촉촉한 화면 속으로 동참을 원하는 순수 생명체들이 기꺼이 뛰어들기를 마다하지 않는 이유이다.

<광주매일신문 윤삼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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