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씹다 / 김정옥
질겅질겅 씹히는 하루
단물이 쏘옥 빠지면 뱉어진다
세상은 나를 씹는다
커다란 입안에서 말랑말랑 움직인다
단물 쪽 빠진 나는
하얀 얼굴이 누런색이 된다
뱉어진 나는 몸을 동그랗게 웅크리고
바스락대는 종이에 싸여 버려진다
- 김정옥 '나의 밤'
날씨 탓인지 모두가 소진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존재한다는 것은 피로한 일이고, 산다는 건 시간과 함께 마모되는 일이다. 내가 세상을 먹이 삼는 게 아니라 세상이 나를 먹이 삼고 있다고 느낄 때, 우리는 몸도 마음도 소진돼 버린다. 처음에는 부드럽고 유연했지만 점차 딱딱해지는 단물 빠져버린 껌처럼, 최초의 형태로부터 처음의 빛깔로부터 우리는 자꾸만 멀어진다. 그런 순간에는 자꾸만 하늘을 쳐다보게 된다. 이 짧은 시로 시인은 우리에게 묻는다. 그대는 아직 안녕한가를.
[매일경제신문 김유태 문화스포츠부 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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