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주전자와 나 / 손음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5. 7. 28. 05:19

주전자와 나 / 손음

 

저렇게 들끓고 있는 것이 있다
가끔 지끈거리는 머리통을
열어 보이기도 하는데
들썩이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맹렬한 뜨거움이 가닿는 곳
저 열락의 세계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어디로 가나
주전자는 허공에 앉아 있고
어쩌나 아무래도 벗어버릴 수 없는 저 머리통을 (후략)
- 손음 '주전자' 부분

아무리 끓어올라도 결코 식지 않는 감정이 있다. 속내를 열어 보인다 한들, 끝내 누구에게도 도달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소진돼버리는 감정이 있다. 허공에 결가부좌를 틀고 앉아 자기 안으로 침잠하며 저 끓음을 스스로 삭여야만 하는 순간. 그런 때에는 내면의 계절도 저 창밖처럼 한여름이 된다. 맹렬한 더위가 땅을 훑고 지나가는 계절, 모든 세계가 펄펄 끓고 있다. 그러나 이 계절도, 끓어오르는 감정도 언젠가는 식을 것이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김유태 문화스포츠부 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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