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 / 서정춘
1960년대 돈 쓰고 군대 안 간 친구가 신검에서 몸무게
부실로 제2 을종 판정을 받았던 나에게 왜 굳이 지원병
입대를 했느냐는 물음에 2025년 오늘 답하다
배고파서!
(시집 ‘랑’, 도서출판 b, 2025)
[시의 눈]
이 시에서 강렬한 인상으로 꽂히는 핵심어는 배고픔이다. 왜 입대를 했느냐는 물음에 화자는 “배고파서!”로 화답한다. 짤막한 이 답을 토해내기까지 무려 60여 년의 시간이 걸렸다. 대답 하나 하는데 무슨 반 백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일까? 을종 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군대를 지원해 간 화자의 속사정은 배고픔을 해결함에 있었다. 맞다. 군대, 제복만 입으면 먹여주고 입혀주고 잠재워주고, 의식주가 해결 되는 복지 만점 사회다. 그러나 엄격한 규율, 일사불란한 지휘 통제하에 절대복종, 상명대로 움직이는, 사생활도 선택권도 없는 고단한 사회다. 정신적으로 생물학적으로 체력이 약한 복무자는 버티기 힘들다. 체력부족의 약골로서는 훈련 과정 과정이 힘든 시간이다. 의욕이나 자신감이 떨어지기 마련이어서 기초 체력은 군 생활의 성패를 좌우할 수밖에 없다. 그런 군대를 체력이 약해 현역 징집 대상이 아닌 화자가 일부러 지원해 들어갔다. 소설 같은 장면 아닌가. 60년 후에 그 이유가 밝혀진다. 빈곤 해결의 어쩔 수 없는 사정을 고백한 것이다. 흥부의 매를 대신 맞아주고 돈을 받는 매품 팔기가 연상된다. 부끄럽고 아픈 시대를 관통해 나온 1960년대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광주매일신문 윤삼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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