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정 / 안태운
인간의 몸이 너무 크다고 생각하며
나는 한낮에 걷고 있었죠
처형터라 물이 필요해 우물을 팠는데
민물조개가 많이 나왔다는 곳
이후 그곳에 지어진 건물을 직장 삼으면서
오랜 시간이 지나 여기 있구나, 감각하면서는
인간의 몸이 너무 크다고
나는 움직임이 느려지기도 했죠
걷다가 사로잡히기도 했으니까
흰 개가 지나다니는 합정
다리가 세 개뿐인 흰 개와 함께 걷는 산책자 인간
그 둘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둘 사이 어디 즈음 마중나갈 수도 있을까
복을 빌어주었는데
오래 남을 장면들은 무엇인가
혼자 떠올려보았어요
언제였나, 우리
합정에서
인간의 미련이 중요하다고 중얼거렸던 때는
함께해본다는 것이
끝까지 인사하려 한다는 것이
나는 한낮에 걷고 있었죠
처형터라 물이 필요해 우물을 팠는데
민물조개가 많이 나왔다는 곳
이후 그곳에 지어진 건물을 직장 삼으면서
오랜 시간이 지나 여기 있구나, 감각하면서는
인간의 몸이 너무 크다고
나는 움직임이 느려지기도 했죠
걷다가 사로잡히기도 했으니까
흰 개가 지나다니는 합정
다리가 세 개뿐인 흰 개와 함께 걷는 산책자 인간
그 둘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둘 사이 어디 즈음 마중나갈 수도 있을까
복을 빌어주었는데
오래 남을 장면들은 무엇인가
혼자 떠올려보았어요
언제였나, 우리
합정에서
인간의 미련이 중요하다고 중얼거렸던 때는
함께해본다는 것이
끝까지 인사하려 한다는 것이
안태운(1986~)
개미만큼 인간의 몸이 작아진다면,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것들도 한없이 작고 낮아지겠지. 욕망도 한없이 작아지겠지. 시인은 “인간의 몸이 너무 크다고 생각”하면서, 조개우물이라 불렸던 합정의 거리를 걸었다. “다리가 세 개뿐인 흰 개와 함께 걷는 산책자 인간”을 지켜보면서, 그 “둘 사이 어디 즈음 마중” 나가 “복을 빌어”주면서.
흰 개는 인간의 바깥을 향하여 걷고 있을지도 모른다. 인간이 세계라고 부르는 것이 비인간인 흰 개에게는 바깥일 수도 있다. 시인은 우리에게 인간의 몸이 얼마나 큰지 자꾸만 환기시키며, 다리가 세 개뿐인 흰 개의 몸을 새롭게 감각하게 한다. 흰 개의 사라진 다리 아래로 부는 바람, 오래전 조개들이 모여 울기도 했을 우물 바닥, 큰 몸으로 점점 더 많은 것들을 점유해가는 인간의 미련에 대해 시인은 작은 사람이 되어 작게 말하고 있다.
[경향신문 이설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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