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수확 미래 / 손유미
소문의 산으로
산의 그이에게로
가 안개 같은 소문에게로
어느 날 물속 같은 낮잠속에서 그이는 근미래 얼굴을 만났다 무너진 미래를 뒤집어쓰고 있는 자신을 만났어 미래의 그이가 말했다
여실히 보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허망과 무상을 이길 만한 힘이 필요해 내게도 네게도 그러므로 우리에게는 우리는 우리를 이렇게 포기할 수 없으므로 네가 그곳에서 그런 것들을 준비해달라 근미래에서 기다릴 테니
그러므로 그이는
산으로
묘목을
심으러
다녔다
어깨와 등허리에 짊어지며, 이 시간들아 볕을 쬐고 비를 만나 볕을 쬐고 어떤건 타 죽더라도 볕을 쬐어 어서 나를 그늘 아래 뉘어주렴
무너지는
관절에도
기꺼운
나의 시간
내 미래들 그러나
산은 크고
그이는 작다 산은
크고 그이는
혼자다 그러므로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은 나날도 생기네 꿈속 같은 어지러움과 혼동 이게 다 무엇인가 내팽개치고 싶은 나날이 그렇지 않은 나날보다... 많아지네 그러므로 그이는 무력해졌지 그이가 할 수 있는 힘이란 심긴 걸 죄 뽑을 수 있을 정도 시작하지 않았으므로 실패하지 않은 이가 될 수 있을 정도 그리하여 그이는
드려워졌다 이런 식으로 미래의 나를 만나도
되는 것인가 두려웠다 만나야 하는 것인가
두려워 ..... 어느 새,
산 그늘 속에서도
두렵고 괴로워
그이는
그이의 몸을 나무 몸통에 묶어버렸다 어디에도
가지 못하도록 그러므로 미래에도 갈 수 없네
도저히 그이는 미래의 그이를
만날 수 없었으므로 이런
모습으론 그 누구도
기꺼울 수 없어
그러나 이젠
모두
지난 이야기로 우리가 신경 쓸 이야기는
하나도 없고 다만
가네 산에 오래전 그이가 심어둔
시간 아래 뜻하지 않게 자란
버섯 그래서 수확하기 위해
누구도 침범하지 않은
우리 수확 미래가
있는 곳으로
우리에겐 작지만 여실한 미래가 필요해 그러므로 유심히 바라본다 습한 땅을 고개가 떨어질 정도로 수확 미래 하기 위하여 개나리광대버섯 독우산광대버섯 흰알광대버섯 댕구알버섯 붉은사슴뿔버섯을 피해 두루 평이한 시간을 찾네 이 그늘과 습기의 어지러움을 찔러
산에 오르네
땀에 몸이
젖으면 젖으라지
젖는 대로
한참을 젖으라지
젖는 대로
오르다
네가 말한다
이 산은 너무 크고 깊고 높고 계속되고 누군가.... 훼손하려 할지라도 다른 누군가 대항하며 훼손을 막고 행여 실패하더라도 계속되고..... 결국 훼손하려 한사람과 그걸 막으려고 한사람과 그들의 후손 모두가 죽어버릴 때까지 계속되었고 그러나 우리는 너무 얼마간의 잠깐이네
말을 마친 네가
마른 땅에 놓인 불처럼
번져나가네 더 볼 것도 없다는 미래 인식으로
무른 땅이 찔린 것처럼
쉽게 당하며
그러므로 우리는
멈췄다 억수같이 쏟아질 비 대신
쏟아지는 시간의 밑에서 나는 그래서
우리는 단련하는
돌 들춘 적 없는
자락 그 곁에서 자라나는
버섯의 마음씨로
너른 자리에 박힌
자유로운
우뚝
같은 쓰임이 되고자 하였는데
이제 모두 지난 이야기로 누구도 신경 쓸 건
하나도 없고 다만
오네 산에 숯검댕이 날아 다니는
잿더미 사이로 늦더라도
쓰이고 싶던 사람들이
허리를 끌고서라도
쓰이고 싶던 사람들이
우리가 수없이 잃어버렸던
우리 근미래 모습으로
[손유미 '탕의여인들' 창비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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