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 기성서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4. 3. 24. 08:58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 기성서

 

마추픽추에 가는 우리를 마중 온 
기차는 우루밤바강물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리다 가쁜 숨 내쉬는 것이 
그도 나이가 들었나 보다 

그 옛날 기차를 타면 오징어 땅콩을 
외치며 간식을 팔던 승무원을 연상케 하는 
눈이 고운 젊은 청년 블라디미르(Vladimir)가 
따듯한 커피와 햄버거 있다고 
전단지 들고 다니며 주문을 받는다 

훗날 블라디미르가 오늘의 나와 같이 
차창 밖에 선인장 유카리 용설란 대신 
개나리 진달래가 핀 이국땅을 여행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가 우리 향해 
외쳐댔던 말, 빨리 와! 꼭 한번 보자  

 

첫 시집 『후박나무 아래에서』 이후 5년 만에 출간한 두 번째 시집을 읽으며 기성서 시인이 얼마나 산을 좋아하고 여행을 즐기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만큼 이번 시집에서 산행 연작시와 여행시를 다수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까 여행과 산행을 통해 자아 찾기와 깨달음에 집중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여행이란 융에 의하면 그 대상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열망, 결코 충족되지 않는 그리움으로 정의된다. 기성서 시인 역시 융의 정의를 간직하며 외국 여행을 통해서 시인으로서의 유레카(Eureka) 체험, 즉 ‘아하’ 체험을 아주 심도깊게 기록하고 묘사하고 있다. ‘내가 찾았고 보았다’는 이 깨달음의 체험은 기성서 시인의 시적 지평을 넓혀주고 있어 감동적이다.

페루 쿠스코 지방에 있는 잉카문명의 상징 마추픽추를 이야기할 때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파블로 네루다 시인의 「마추픽추의 山頂」을 생각한다. 이번 시집을 통해서 남미 5개국, 즉 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 여행과 동유럽 발칸반도 8국 등 세계를 함께 동행하게 해준 기성서 시인에게 감사드린다.  

  [여성소비자신문 허형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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