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힘 / 장재선
세밑의 저녁 위로
흰 눈이 싸락싸락 내리고
바람이 멎는다
겨울도 깊어지면
소리가 없는 것
산 아래 마을에서
패 다투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홀홀히 털고 웃으며
미리 만드는 무덤
그 속에 악플 들어가지 않아
생애로부터 잡풀 솟지 않고
뜻 없이
흰 눈만 쌓여 있게 되기를.
- 장재선 作 '침묵으로부터'
단아하고 참 좋은 시다. 사람들의 욕망이 들끓고 혐오와 저주로 날이 새는 세속에서 때로는 침묵이 가장 힘이 세다.
평화로운 마을에서는 패 다투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저 조용하고 안심할 수 있는 저녁이 찾아오면 그뿐. 그리고 그 마을 위로 뜻 없는 흰 눈이 싸락싸락 내리면 된다.
시인의 풍경은 이렇게 완성된다. 모두 다 링 위에 올라가 목소리를 내는 세상은 지옥이다. 저 산 아래 마을에 가고 싶다. 당신도 그러하리라.
[매일경제신문 허연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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