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 나태주
나에게 이 세상은 하루하루가 선물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만나는 밝은 햇빛이며 새소리,
맑은 바람이 우선 선물입니다
문득 푸르른 산 하나 마주했다면 그것도 선물이고
서럽게 서럽게 뱀 꼬리를 흔들며 사라지는
강물을 보았다면 그 또한 선물입니다
한낮의 햇살을 받아 손바닥 뒤집는
잎사귀 넓은 키 큰 나무들도 선물이고
길 가다 발밑에 깔린 이름 없어 가여운
풀꽃들 하나하나도 선물입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이 지구가 나에게 가장 큰 선물이고
지구에 와서 만난 당신,
당신이 우선으로 가장 좋으신 선물입니다
저녁 하늘에 붉은 노을이 번진다 해도 부디
마음 아파하거나 너무 섭하게 생각지 마서요
나도 또한 이제는 당신에게
좋은 선물이었으면 합니다
24시간 편의점 맞은편, 오래된 교회 주차장 한구석. 컨테이너가 하나 놓였다. 여섯평짜리 농막만 한 크기다. ‘공유 냉장고.’ 공유 냉장고? 몇번 발음해봐도 입에 설다.
밤새 불이 켜 있는 편의점처럼 공유 냉장고 앞에도 밤새 불이 켜 있다. 진홍색 컨테이너 이마에는 ‘이웃과 자연을 살리는’이라는 글씨가 박혀 있다. 출입구 옆에는 ‘착한 이용자, 선한 기부자’라고 적혀 있다.
공유 냉장고 안에 라면·김치·달걀·생수 같은 음식물만 있는 건 아니다. 옷가지·신발·휴지·마스크에 부채까지 있다. 말 그대로 없는 거 빼고 다 있다.
나태주 시인의 <선물>을 읽다가 번쩍 떠오른 게 몇달 전 생긴 우리 동네 공유 냉장고다. 고마워서 혹은 미안해서 건네는 선물하고, 종교단체가 마련한 공유 냉장고하고는 거리가 멀 수 있다. 자칫 ‘세련된 방식’의 전도라고 오해하는 눈길이 있을 수도 있다.
아는 사람들 사이에 오가는 선물은 많을수록 좋다. 인용한 시에서처럼 주고받는 마음이 서로 크고 작아진다면, 그래서 그 마음들이 후끈하다면 더더욱 그렇다. 세상에 선물을 골라본 적이 없거나, 선물을 받아본 기억이 몇 안되는 사람처럼 쓸쓸할 때가 또 어디 있으랴.
가끔 백일몽을 꾼다. 국가가 국민에게 미안하고 고마워서 선물처럼 건네는 정책이나 제도는 없을까. 그러면 감사한 마음으로 제 발로 세금을 갖다 바치는 사람도 생기지 않을까. 그러면 나이 드신 어른들이 어린 사람들에게 남기는, 이른바 ‘사회적 상속’ 같은 것도 생겨나지 않을까.
그러면 대낮에도 하늘에 총총한 별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농민신문 이문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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