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걷다가 문득 멈춰 나무가 된 고양이는 아니지만 / 김선우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3. 3. 9. 07:01

걷다가 문득 멈춰 나무가 된 고양이는 아니지만 / 김선우

 

1

문득 미안하더란 말입니다

그림자 없이는 내가 증명되지 않는데

그림자로 살아본 적 없이 끌고만 다녔다는 게

 

실은 그림자가 내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갈수록 자신이 없어지기도 합니다

살수록 모르는 것투성이예요

 

오늘은 꼭 말 붙여보려 합니다

알록달록한 새들이 그림자를 열고 날아가는 꿈을 꿨거든요

산 그림자가 산속에서 푸드덕거리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2

산, 파도, 크고 환한 나비, 따뜻한 돌, 검은 연꽃, 투명한 새, 이슬의 숲, 우아한 방랑자, 바람과 이끼, 걷다가 문득 멈춰 나무가 된 고양이, 방울새 노래에 손뼉치는 오래된 늪.....

 

이렇게도 자유로운데

고작 사람에서 멈춰버린 나를 데리고 살아준 덕에

나라고 여겨지는 오늘의 내가 이만합니다

혹시 내가 아직 쓸 만하다면 그림자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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