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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원음(原音) / 고재종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3. 3. 6. 06:40

나의 원음(原音) / 고재종

 

저녁바람 일렁이는 대숲에
서걱서걱
별빛 듣는 소리,
대숲 밑 샘가에
들에서 늦게 돌아온 어머니
싹싹싹싹 쌀 씻는 소리,
고단한 하루를 마친 까마귀 떼도
까악까악
대숲에 깃드는 소리,
어두운 부엌
아궁이에서는
활활활활 잉걸불 타오르는 소리.
(시집 ‘독각’, 문학연대, 2022)

[시의 눈]
저녁 바람 서걱이는 대숲입니다. 일터에 늦은 어머니가 쌀을 씻습니다. 대숲은 고단한 하루를 까마귀에게 전합니다. 깃치는 새들을 뒤로하고 어머닌 부엌에 앉습니다. 안개 속 어스름을 태우는 잉걸불에 활활활 멍을 때리기도 합니다. 이 소리와 함께 우리의 키도 마음도 자라났지요. 사실 난 소리의 기미조차 모르고 지나왔지만요. 무에 그리 바빴을까요. 새삼 대숲 위의 별을 봅니다. 사실 원음에 가깝다는 블투스로 취록된 그 숲소릴 듣는 게 고작이었구만요. 하지만, 오늘 밤은 눈시울 그릇에 먹먹한 양념장이 버무린 어머니 밥에 젖습니다. 아, 별빛도 들리는 밥상에 앉았지요. 고재종 시인은 담양에서 나, 1984년 ‘실천문학’ 신작시집에 7편 작품을 발표하며 등단했습니다. 시집 ‘바람 부는 솔숲에 사랑은 머물고’(1987), ‘쪽빛 문장’(2005), ‘꽃의 권력’(2017) 등이 있습니다. 그는 전라도 흥과 애가 자아내는 먹먹한 색으로 서사 서정을 함께 그려내는 시인이지요.

   <광주매일신문 노창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