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이름으로 / 이우걸
배웅하기 위해서 역에 나갔다가
그대 가는 뒷모습 쓸쓸하고 아쉬워
그 기차 입석을 구해 함께 타고 갔었지
어디쯤 가서 내릴 생각도 못한 채
마냥 얘기 주고받다가 서울역에 도착하고
또 다시 대구행 표를
끊어서 내려왔던
차창 밖은 그날따라 질정없이 비가 내렸고
새로 돋던 그리움 빗줄기에 섞으며
하행선 밤의 선로는 내 상상의 여백이었지
- 이우걸 作 '기억의 향기'
나도 이런 적이 있었다. 역에서 차마 못 헤어져서 기차를 함께 탔던 기억. 그대를 내려놓고 다시 상행선 기차를 탔던 기억. 성에 낀 유리창에 그대 이름을 썼던 밤. 그때 우린 참 젊었다.
청춘을 되돌려 주는 듯한 시다. 시 제목도 '기억의 향기'다.
헤어지는 일에 익숙해지면서 우리는 늙어간다. 어떤 것도 영원한 것은 없다는 걸 알아가는 게 인생이니까. 그래도 그 '헤어짐'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젊은 날이 더 아름답다. 우리를 추억으로 안내하는 따뜻한 시다.
[매일경제신문 허연 문화선임기자(시인)]
'글쓰기 공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곰탕 한 그릇 / 강경화 (0) | 2023.02.20 |
|---|---|
| 귤은 껍질까지 둥글고 / 임재정 (0) | 2023.02.20 |
|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 김영랑 (0) | 2023.02.20 |
| 다시 매화를 노래하다·2 (0) | 2023.02.17 |
| 동요풍의 한시 / 주요 (0) | 2023.0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