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뎅이놀이 / 송진권
얼마를 잤는지 모릅니다
창문을 지나온 햇빛이 어두운 방에 환하게 길을 냅니다
다들 어디를 갔는지 없고
웟목에는 보자기 덮어놓은 밥상이 놓여 있습니다
아직 온기가 가시지 않은 밥상
목구멍까지 차오른 허기가 꾸역꾸역 밥을 먹습니다
마당귀 분꽃이 벌고 널어 놓은 풀냄새가 그득합니다
탁탁탁탁
풍뎅이가 날아와 처마 백열등을 때립니다
전등갓에 부딪쳐 떨어집니다
채 집어넣지 못한 날개가 삐죽합니다
다리를 떼어내고 목을 배배 꼬아
마당에 내려놓습니다
아랫마당 쓸어라
윗마당 쓸어라
빙글빙글 맴을 돌며 풍뎅이가 마당을 씁니다
햇빛이 저만치 물러나고
점점 별들이 돋아납니다
풍뎅이가 둥글게 둥글게 마당을 쓸어나가다 하늘에서 맴을 돕니다
아랫마당 쓸어라
윗마당 쓸어라
별들이 둥글게 모퉁이로 쓸려나갑니다
아직은 그렇게 어두워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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