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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녁때 내리는 눈 / 이상국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2. 12. 28. 06:27

다저녁때 내리는 눈 / 이상국

 

다저녁때 눈 온다

마을의 개들이 좋아하겠다

아버지는 눈 오는 날 피나무로 두리반을 만들거나

손바닥에 침을 밷어가며 멍석을 맸다

 

술심부름 갔다 오는 아이처럼

겅증겅증 가로등 아래 눈온다

주전자가 좋아하겠다

아버지는 어느 해 겨울

그 멍석으로 기어코 당신의 문상객을 맞았다

 

눈은 아무것도 모르고 와

공평하게 마을의 지붕을 덮는다

불빛 화안한 창들

지저분한 나라도 좋아하겠다

 

눈은 천방지축 어둑한 골목길로 돌아다닌다

눈은 자기가 눈인 줄도 모르지만

눈에게도 고향이 있어서

거기 가서 내리고 싶어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