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상황이나 감정 앞에서 이를 표현할 길 없어 서성인 적 있나요? 시인들은 아무도 표현한 적 없지만 세상에 분명히 존재하는 ‘그것’을 탐구하고 이름 붙이는 사람입니다. 표현하기 어려운 것을 언어로 바꾸어야 하기에 어떤 시는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지요. 그럴 땐 시를 꼭 해독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가족을 이해해서 같이 사는 게 아니듯이 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끌어안으면 더 쉽습니다.
이 시는 한 존재를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상대가 내 마음을 잘 “번역”하고, 이해해주길 바라지요. 내 속을 누가 알겠어, 한탄해본 적 없는 사람은 없겠지요? 번역의 어려움입니다! 나라마다 언어가 다르듯 사람마다 그를 이해할 수 있는 길이 다르고, 어쩌면 ‘도구’가 필요할지도 모르지요. 요새는 언어를 다른 언어로 번역해주는 유용한 애플리케이션(앱)이 많다는데,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번역기는 없을까요?
시인은 침묵과 언어를 공기와 벽돌로 치환합니다. 이쪽의 침묵과 언어는 상대에게 공기와 벽돌입니다. 시인은 외칩니다. “통과하라, 나를. / 그러나 그전에 번역해다오, 나를.” 간절히 이해받고 싶은 자, 존재를 온전히 인정받고 싶은 사람의 선언입니다. 어려운 일이지요. 당신이 나를 번역하지 못하면 끝내 이루어지지 않을 일입니다. 시인은 마음을 번역하는 어려움을 자기 삶을 통과하는 “통행료”라 이야기합니다. 당신은 곁에 있는 사람의 삶을 지나가며 통행료를 잘 지불하고 있나요?
[농민신문 박영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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