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부랭이 “ㄹ” / 홍순애
전라도 하고 부르면
절라도가 네네 대답을 한다
횡단보도 하고 부르면
행단보도가 네네 대답을 한다
선생님이 아무리 잘 불러주셔도
항상 내가 정답이다
연필소녀의 검은 긴 머리가 찰랑찰랑
지우개소년의 색동저고리가 팔랑팔랑
망내야 커피 좀 타온나? 속 탄다
반장 형님의 더 큰 목소리 수업시간이다
-홍순애
평생 까막눈으로 살다가 처음 한글을 배운 어머니들이 쓴 시집 ‘엄마의 꽃시’에 실린 작품 중 하나다. 받아쓰기를 하느라 진땀 빼는 장면이 눈에 선하다. 반장은 속이 타도 지은이는 당당하다. 어느 결에 자음동화를 배웠겠는가. 전라도가 절라도 된 건 소리 나는 대로 쓴 것이요, 횡단보도를 행단보도로 쓴 건 선생님 사투리 탓일 게다. 연필과 지우개에서 소녀와 소년 발견하는 눈썰미를 보니, 뒤늦게 연필 잡았지만 천생 시인이다. 어쩔 수 없이 이심전심 불립문자로 살아온 어머니들이 쓴 시편들마다 배꼽 잡게 우습고, 눈물겹다.
<서울경제신문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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