핥아주는 혀 / 박일환
갓 태어난 송아지를 혀로 핥아주는
어미 소의 축축한 눈망울 속에서
새끼 소가 천천히 뒷다리를 일으키고 있다
혀의 쓸모는 말을 할 때보다 핥아줄 때 더 빛난다
몸짓은 영혼의 언어라고도 한다. 열 마디 말보다 손 한 번 잡아주는 것이 더 큰 위안이 될 때가 있다. 말없이 툭- 등 한 번 쳐주는 것이 최고의 응원이 될 수도 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가린다는 말도 있지만, 말은 때로 진실을 가리고 화를 불러오는 빌미가 되기도 한다. 흔히 ‘말 못 하는 소’라고 안쓰럽게 말하곤 하지만, 저 어미 소와 갓 태어난 새끼 소 사이 비언어적 교감에는 한 마디도 보탤 것이 없어 보인다. 달변으로 세상을 혀끝에 굴리려 할 때, 저 어미 소의 말보다 빛나는 혀를 떠올려 봄직하다.
<서울경제신문 시인 반칠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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