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탑 / 김성신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3. 3. 27. 10:18

탑 / 김성신

나뭇가지 새로 간신히 매달린 풍경을 당겨 본다
부글부글 끓어오른 바람을 층층이 쌓는다는 것
단단한 주춧돌 위에 더 작은 마음을 업힌다는 것
대마의 순이 잘게 쪼개져 뾰족하게 흔들린다는 것
무청을 들고 오일장에 나간 당신이 추적추적 돌아온다는 것
그늘진 낯을 거느린 튼실한 근육들이 시나브로 기울면
어깨와 어깨가 만나 허공이 생기고 푸른 이끼들이 그 사이로 피어났다
나는 계속해서 오르고 올랐다
삐걱거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하나의 산이 되고자 했다
그럴 때면, 저 멀리서 들리는 풍경 소리
산새의 꽁지깃을 타고 날아온 한줌의 미혹함이
바람의 죽비로 내 등을 내리쳤다
산사에 고요가 들면 울타리를 넘은 비자나무숲 위로 멧새 떼가 날아 앉았다
나는 가만히, 정수리에 돌 하나를 얹고 어떤 풍경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시집 ‘동그랗게 날아야 빠져나갈 수 있다’, 포지션, 2022)

[시의 눈]
풍경 하나 보태기 위해, 아니 고통 하나 덜기 위해 탑을 쌓습니다. 옹적골에 가꾼 무청을 내다 팔던 어머니의 기원, 또는 아버지의 퇴비 등짐에 실린 그늘진 어깨가 꿈틀 생각나 돌을 얹습니다. 끄응! 짐을 일으키듯 참 조심하지요. 어쩌면 삶의 정수리 그 떨리는 맘일 겝니다. 돌 사이 하늘이 바람처럼 웁니다. 눈물방울이 뚝 보태집니다. 하지만 산은 이 풍경을 말하지 않지요. 그 침묵까지 얹은 뒤 난 산소를 내려갑니다. 한데, 왜 그 위에 미련이 또 찾아들까요? 김성신 시인은 장흥에서 나, 2017년 불교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습니다. 그는 고통스러운 오랜 것이 씁쓸히 명명되는 삶에의 도정과 그 바닥으로부터 오는 기억을 연역하는 탐미주의 시인입니다.

  <광주매일신문 노창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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