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무심에 대하여 / 정호승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3. 3. 5. 08:44

무심에 대하여 / 정호승

 

어디서 왔는지 모르면서도 나는 왔고

내가 누구인지 모르면서도 나는 있고

어느 때인지 모르면서도 나는 죽고

어디로 가는지 모르면서도 나는 간다

사랑할 줄 모르면서도 사랑하기 위하여

강물을 따라갈 줄 모르면서도 강물을 따라간다

산을 바라볼 줄 모르면서도 산을 바라본다

모든 것을 버리면 모든 것을 얻는다지만

모든 것을 버리지도 얻지도 못한다

산사의 나뭇가지에 앉은 새 한 마리

내가 불쌍한지 나를 바라본다

무심히 하루가 일생처럼 흐른다

-시집 ‘슬픔이 택배로 왔다’(창비) 수록

 

●정호승 시인 약력

△1950년 하동 출생.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돼 작품 활동. ‘반시’ 동인으로 활동. 시집으로 ‘슬픔이 기쁨에게’,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등이 있음.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 수상.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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