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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 이채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5. 7. 2. 13:28

허수아비 / 이채 
 
쓸쓸히  남겨진
가을을 홀로 지키다가
그만 허수아비가 되었어요 
 
황금빛 들녘 위로 찰랑거리다
이제 묵묵히 서 버린
낡은 옷을 걸친 마른 허수아비는
 
바람이 옷자락을 잡아도 
소스라치게 놀라
그대인 양  
서산녘 해 지도록 바라보는데

바스락거리는 잎새 소리에도  
깜짝 열리는 귓불
 
노을 지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어
내 기다림마저 빼앗아 가지 말아요
출처 이채 제3시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