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고요의 신 / 최승호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5. 6. 30. 05:41
고요의 신 / 최승호
아마 무너뜨릴 수 없는 고요가
공터를 지배하는 왕일 것이다
빈 듯하면서도 공터는
늘 무엇인가로
공터에 자는 바람, 붐비는 바람,
때때로 바람은
손털에 싸인 풀씨들을 던져
공터에 꽃을 피운다
그들의 늙고 시듦에
공터는 말이 없다 (후략)
- 최승호 '공터' 부분
한때 지인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 신을 과학적으로 정의한다면 "방향성이 있는 에너지"가 될 거라고. 절대자를 인간의 학문으로 해석할 순 있을까 싶지만, 살다보니 저 해석에 공감할 때가 많았다. 공터와 바람, 그리고 그 허무한 땅에 잠시 살다 떠나는 꽃 같은 인간들. 그리고 인간의 정수리에 잠시 불었다가 사라지는 바람, 이 바람은 어디를 향하던 것일까. 고요한 공터, 이제 그곳엔 다시 누가 찾아올 것인가. 내 등 뒤로 부는 바람을 기다리다 지고 마는 것이 생일까.
[매일경제신문 김유태 문화스포츠부 기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