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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바다 / 정한용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5. 6. 2. 06:03

마지막 바다 / 정한용

 

죽음이 헛되지 않기 위하여 나는
바다에 던져지겠다
무수한 물고기떼가 몰려와 내 살점을
뚝뚝 물어뜯고 배부른 기쁨으로 돌아갈 때
바다 가장 깊은 곳에 앙상한
뼈뿐인 뼈로 누워
고요히 수억년 잠들겠다 기꺼이
한 개 화석으로 굳어지겠다
(후략)
- 정한용 '바다에 누워' 부분

자주 잊고 살지만 모든 자아는 존재들의 무한한 흐름 속에 연결돼 있다. 우리는 그 흐름 옆에서 잠시 '균열'을 경험하는 상태인 것이다. 삶은 깨어진 틈 밖을 구경하고 관찰하는 시간, 죽음은 닫힌 틈 뒤의 무한에 재연결되는 일인지도 모른다. 시간의 끝에서 우리가 가닿게 될 종착역으로 시인은 바다를 선택한다. 만물에 몸을 내어주면서 더 많이 존재할 수 있는 장소로 바다를 택하려 한다. 우리의 마지막 침대, 미지의 처소를 사유하게 만드는 시다. 내 한 몸 누일 그곳, 어딜까?
 [매일경제신문 김유태 문화스포츠부 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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