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소란한 마음 고요해지도록 / 권달웅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5. 4. 28. 05:36
소란한 마음 고요해지도록 / 권달웅
소란한 마음 고요해지도록
물푸레나무 잎에 실려 가는
새소리 바람소리
복잡한 마음 맑아지도록
아침 햇살에 찰랑이는
물속 산 그림자
후회하는 마음 남지 않도록
어제 잘못한 일은
어제 내가 먼저 사과하리
무거운 마음 가벼워지도록
오늘 해가 지기 전에
모든 걸 바람에 실어 보내리
-권달웅(1943-)
권달웅 시인은 등단 50년을 맞았다. 올해 초에 14번째 시집을 펴냈다. 이 시는 이러한 시인의 이력에 바탕해 삶의 지혜를 부드러운 언어로 드러낸다. 마음을 닦는, 수심(修心)의 시(詩)라고 해도 좋겠다. 시끄럽고 어수선하고, 뒤숭숭해 갈피를 잡기 어렵고, 회한과 아쉬움이 남아 있는 마음의 상태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시인은 가령 잘못이 있거든 하루를 넘기지 말고 기회가 주어지는 그때그때 곧바로 사과하라고 권한다. 그래야만 이튿날에는 “아침 햇살에 찰랑이는/ 물속 산 그림자”와도 같은, 맑아진 마음을 갖게 된다고 말한다.
시인의 시는 언어가 정갈하고, 이미지가 선명하다. 시 ‘동백꽃 절정’에서는 동백꽃이 뜰에 툭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벌겋게 피는 잉걸불에/ 물을 끼얹듯/ 피시식 소리가 난다”라고 써서 낙화의 극적 순간을 강렬한 감각의 언어로 포착하고, 시 ‘석류’에서는 한 알의 열매가 익는 경과를 “돗자리 짜는 고드랫돌처럼/ 단단한 무게 속에는/ 신맛이 차오른다”라고 놀랍고도 색다른 표현으로 노래한다.
[조선일보 문태준 시인]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