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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온통 네 집이다 / 정우영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5. 4. 15. 13:47

여기가 온통 네 집이다 / 정우영

 

저기 네가 보인다

미치도록 보여 넘친다

환한 꽃도 찡그린 꽃도 너이고

휭하니 돌아서서 가버리는 꽃도 너이다

그윽이 올려다본 살구꽃

연분홍 고운 눈매 분명 너이고

내가 어찌 모를까

잉잉거리는 흰 벌도 너이고

팔랑팔랑 저 나비도 너임을

사월은 제가 겨워 뒤집어지는 달*

벌써부터 초록이 불붙었다

영계( 靈界 )인들 못 넘을까

철없는 시공간이 막아설까

잘 돌아왔다 아이야

여기가 온통 네 집이다

울고 웃고 떠들며 악몽을 씻으라

찢긴 얼룩은 닦아내고

추앙보다 벅찬 평범을 맘껏 누리자.

 [정우영 '순한 먼지들의 책방' 창비 2024]

 

* 신동엽 '사월은 갈아엎는 달' 에 기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