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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질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5. 4. 14. 11:10
그레질
나는 늘 아래에 있었다
누군가의 빛나는 중심을
조용히 떠받치는 일
그레질의 기둥
그 화려한 눈빛과 말투
사람들의 시선이 쏠릴 때
나는 그 아래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흔들려도 안 되고
부서져도 안 되는
투명한 의무를 가진 채
칭찬은 그에게
기억은 그를
나는 그저 없어선 안 될 것이었지
나도 한때는 기둥이 되고 싶었다
누군가의 중심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다
내 자리는
늘 받침대였다는 걸
그래도 무너지지 않았다
왜냐면
그가 쓰러지면
내 존재도 의미를 잃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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