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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뒷축 / 이대흠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5. 4. 2. 13:39

슬픔의 뒷축 / 이대흠

 

슬픔은 구두 같습니다 어떤 슬픔은 뒤축이 떨어질 듯 오래되어서 달가락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참 오래 함께했던 슬픔입니다 너무 낡은 슬픔은 몸의 일부인 듯 붙어 있습니다 슬픔은 진즉 나를 버리려 했을 것이지 만 나는 슬픔이 없는게 드렵습니다 이미 있는 슬픔도 다하지 않았는데 새슬픔을 장만합니다

 

새로운 슬픔은 나를 쓰라리게 합니다 만 슬픔을 버릴 생각을 하지 못하고 슬픔에 익숙해지려 합니다 남의 슬픔을 가져다 쓰는 경우도 있지만 잠깐 빌릴 뿐입니다

 [이대흠 '코끼리가 쓰러진다 창비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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