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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없는 길 / 손종호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5. 3. 31. 06:02

길 없는 길 / 손종호

 

길을 믿어서는 안 된다. 세상의 모든 길들은 지워지기 위하여, 문 앞에서 매몰되기 위하여 우릴 부르느니라. 나는 결국 흉하게 일그러진 또 하나의 나를 만나, 함께 떠나온 곳으로 돌아가기 위하여 찾아 헤매었을 뿐, 새들의 길에는 표적이 없다. (후략)
- 손종호 '어머니의 잠언' 부분

한 걸음 내딛기가 두렵더라도 우리는 방금의 걸음을 지탱하기 위해 또 한 걸음을 내딛는다. 그 걸음들이 모여 삶이란 발자국을 만든다. 떠나온 자신으로부터 자신을 만들고, 그 자신이 다시 그다음의 자신을 만들어간다. 새들은 발자국 하나 남기지 않지만 어디론가 가고 있다. 허공의 궤적이 그 새의 길이 된다. 아무리 어두운 길일지라도, 보이지 않는 길일지라도 그 한 걸음은 어둠을 빠져나오게 한다. 두려움 너머 아름다운 것들을 만나기 위해 우리는 또 한 걸음을 내딛는다.
 [매일경제신문 김유태 문화스포츠부 기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