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평의 시간

봉오리 / 골웨이 키넬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5. 3. 25. 14:45

봉오리 /  골웨이 키넬(1927~2014)

 

봉오리는

모든 만물에 있다.

꽃을 피우지 않는 것에게도.

왜냐하면 모든 것은 그 내면으로부터

스스로를 축복하며 피어나기 때문.

그러나 때로는 어떤 것에게 그것의 사랑스러움을

다시 가르쳐 주고

봉오리의 이마에 손을 얹으며

말로,손길로 다시 말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정말 사랑스럽다고.

그것이 다시금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스스로를 축복하며

꽃을 피울 때까지.

 

프란체스코 성인이

암퇘지의 주름진 이마에 손을 얹고

말로,손길로 땅의 축복을 내리자

암퇘지가 흙으로 늘 지저분한 코에서부터

먹이와 오물로 뒤범벅된 몸통을 거쳐

영적으로 말린 꼬리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길고 육중한 몸을 앞뒤로 전부

기억해 내기 시작한 것처럼.

등허리에 튀어나온 단단한 등뼈에서부터

그 아래 크게 상처 입은 심장을 거쳐

전율하며 꿈결처럼 젖을 뿜어내는

속이 다 비치는 푸른 젖가슴에 이르기까지

그 열네 개의 젖꼭지와

그 아래서 그것들을 물고 빠는 열네 개의 입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길고 완벽한 사랑스러움을.

 

 

골웨이 키넬의 봉오리는 존재의 내면적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을 깨닫게 하는 따뜻한 시입니다. 이 시에서 봉오리는 단순한 꽃망울을 넘어, 모든 존재가 가진 가능성과 내면의 축복을 상징합니다.

1. 봉오리의 의미

첫 연에서 시인은 *“모든 만물에 있다. 꽃을 피우지 않는 것에게도”*라고 말하며, 봉오리를 단순한 식물의 개념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가진 성장과 개화의 가능성으로 확장합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은 그 내면으로부터 스스로를 축복하며 피어나기 때문.”
이 구절은 자아 실현과 자기 긍정을 강조하며, 모든 존재는 본래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스스로를 축복하고 피어난다는 깨달음을 줍니다.

2. 존재의 사랑스러움을 일깨우는 행위

그러나 모든 존재가 스스로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때로는 어떤 것에게 그것의 사랑스러움을 다시 가르쳐 주고”
때때로 우리는 존재의 가치와 사랑스러움을 잊고 삽니다. 그래서 그것을 일깨워 주는 따뜻한 손길과 말이 필요합니다.

3. 프란체스코 성인과 암퇘지

프란체스코 성인이 암퇘지를 축복하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흙과 오물로 뒤덮인 암퇘지가 성인의 손길과 말로 인해 자신의 몸을 기억해 내는 과정은 마치 자신의 가치를 다시금 깨닫는 존재의 변화를 상징하는 듯합니다.

“자신의 길고 완벽한 사랑스러움을.”
이 마지막 구절은 감동적입니다. 외부의 손길과 말 한마디가 어떤 존재에게는 자신의 사랑스러움을 자각하게 만드는 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4. 시의 주제와 메시지

이 시는 단순히 아름다운 것만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존재가 본래 사랑스러우며, 때로는 그것을 깨닫게 해주는 존재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봉오리가 피어날 수 있도록 따뜻한 말과 손길을 건네야 한다는 시인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