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닭의 모서리 / 천양희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5. 3. 14. 11:47
닭의 모서리 / 천양희
둥근달을 볼 때마다
모서리를 생각한다
둥근달에도 모서리가 있을까
둥근 것들은 모르겠지
모서리를 가진 기분
너의 뒤편을 알 수 없는 나의 기분
홀로 달의 뒤편을
처음으로 비행한 마이클 콜린스를 생각할 때마다
'온전히 두렵지도 외롭지도 않다'는 그의 말에
내 의지가 내 생각을
멈추게 할 것 같은 밤이다
밤이 선생*이란 말 생각나
달빛 때문에 인류가
생각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잘못을 고치지 않으면
그것이 잘못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세상 어디에
달처럼 온전히 빛 하나로
세상 밝힐 수 있는 사람있다면
나는 그를
어둠 속에서 빛을 안겨주는 아름다운
상징이 되는 달의 모서리라 부르겠다
달의 모서리를 생각하고
달을 맞이하려면
누구나 구름 나그네가 되어야 한다
무엇을 보는 것이
보이지 않는 것보다 두려운 것이
달밤이라서
달밤에 달의 밤에
내가 오래 생각한 것은
어느 순간에도 나는 네 편이라는 것이다
둥근달과 함께 있으면
모서리 많던 네가
좋아지던 이유를 알것도같다
내일은 비가 오려나
달 모서리에 달무리 진다
*황현산 '밤이 선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