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광합성 > 김영곤
< 어떤 광합성 > 김영곤 2025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병실에 누워있다, 깡마른 나무 한 그루
한뉘 내내 둥근 세상 사각 틀로 깎아내다
제 몸을 보굿*에 끼워
몸틀처럼 앙버티는,
무엇을 기다릴까, 천 개의 귀를 열고
한 번도 부화하지 않은 톱밥의 언어들이
끝내는 해독 못한 채
침묵 속에 갇히고,
저 왔어요 한 줌의 말 광합성이 되는 걸까
핏기 잃은 가지에서 붉은피톨 감돌 때
고집 센 심장박동기
뿌리째 팽팽해지는,
무척산에 옮겨 심은 우듬지 저류에서
썩지 않는 후회가 시간의 뺨 데우며
절단된 둘째손가락
단풍 빛깔로 손 흔드는,
*보굿:나무껍질의 순우리말.
「어떤 광합성」(김영곤, 2025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분석
이 시조는 **병실에 누워 있는 ‘깡마른 나무 한 그루’**라는 상징적인 이미지를 통해
👉 삶과 죽음, 기다림과 회한, 그리고 재생에 대한 의미를 담고 있어.
특히 **‘광합성’**이라는 제목을 통해
- 빛을 받아 생명을 유지하는 과정을
- 말을 통한 교감, 혹은 삶의 마지막 순간과 연결하고 있어.
1. 시의 구조와 내용 분석
1) 1연 – 병실 속의 나무, 깎여 나가는 삶
병실에 누워있다, 깡마른 나무 한 그루
한뉘 내내 둥근 세상 사각 틀로 깎아내다
제 몸을 보굿에 끼워
몸틀처럼 앙버티는,
- ‘병실’에 누워 있는 ‘깡마른 나무 한 그루’
- → 병실에 있는 환자를 나무에 비유한 거야.
- ‘깡마른’ → 병약하고 쇠약해진 모습.
- 둥근 세상 vs. 사각 틀
- ‘둥근 세상’ → 자연스럽고 온전한 삶
- ‘사각 틀’ → 병실이라는 제한된 공간, 혹은 병으로 인해 깎여 나가는 생명
- ‘보굿(나무껍질)’에 몸을 끼운다
- 나무껍질이 몸에 남아 있다는 건 생의 마지막 흔적을 붙잡고 있는 모습
- ‘몸틀처럼 앙버틴다’ → 몸을 지탱하려 애쓰는 모습을 암시
2) 2연 – 기다림과 해독되지 않는 언어
무엇을 기다릴까, 천 개의 귀를 열고
한 번도 부화하지 않은 톱밥의 언어들이
끝내는 해독 못한 채
침묵 속에 갇히고,
- ‘천 개의 귀를 열고’
- 간절하게 어떤 소식이나 말을 기다리는 모습
- 생이 끝나가기 전에 듣고 싶은 마지막 말이 있을지도 몰라.
- ‘한 번도 부화하지 않은 톱밥의 언어들’
- ‘톱밥’은 나무가 깎이면서 나온 찌꺼기야.
- 여기선 한 번도 표현되지 못한 말들을 뜻해.
- 끝내 말하지 못한 것, 전하지 못한 감정들이 침묵 속에 갇혀 있음을 의미해.
3) 3연 – 말의 광합성과 마지막 생명 신호
저 왔어요 한 줌의 말 광합성이 되는 걸까
핏기 잃은 가지에서 붉은피톨 감돌 때
고집 센 심장박동기
뿌리째 팽팽해지는,
- ‘저 왔어요’ → 누군가 병실을 찾음
- 이 말 한마디가 광합성처럼 생명을 유지하는 빛이 될 수 있을까?
- 즉, 간절했던 한 마디의 말이 생의 마지막 순간 위안이 될 수도 있음을 의미
- ‘핏기 잃은 가지에서 붉은피톨 감돌 때’
- 나무의 가지처럼 생명이 점점 쇠퇴하지만, 마지막 피가 돌고 있음
- 즉, 생명이 마지막까지도 버티려는 모습
- ‘고집 센 심장박동기’
- 생명이 끝까지 버티려는 저항
- 하지만 점점 뿌리째 팽팽해지며 긴장감이 감도는 상황
4) 4연 – 남겨진 후회와 이별의 손짓
무척산에 옮겨 심은 우듬지 저류에서
썩지 않는 후회가 시간의 뺨 데우며
절단된 둘째손가락
단풍 빛깔로 손 흔드는,
- ‘무척산에 옮겨 심은 우듬지 저류에서’
- 무척산(경남 지역의 산) → 죽은 후 자연으로 돌아감을 의미
- ‘우듬지’(나무의 꼭대기) → 생의 마지막 순간을 암시
- ‘썩지 않는 후회가 시간의 뺨을 데우며’
- 죽음을 앞둔 순간, 지나간 시간 속에서 후회를 되새김
- 후회는 썩지 않는다는 표현 → 쉽게 잊히지 않는 삶의 미련과 아쉬움
- ‘절단된 둘째손가락’
- 둘째손가락(검지)은 방향을 가리키는 손가락이야.
- 이것이 절단되었다는 것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해.
- ‘단풍 빛깔로 손 흔드는’
- 단풍 = 붉은빛 = 마지막 작별의 인사
- 떠나는 생명이 마지막 인사를 보내는 모습을 상징
2. 핵심 주제와 시의 의미
- 생명의 쇠퇴와 마지막 순간
- 병실에서 점점 시들어가는 **한 사람(혹은 나무)**의 모습
- 광합성처럼 누군가의 한 마디 말이 생의 끝자락에서 빛이 될 수 있는가?
- 말하지 못한 후회와 침묵
- ‘톱밥의 언어들’처럼 끝내 해독되지 못한 감정들
- 결국 말하지 못한 것들이 남아 후회로 쌓인다
- 죽음 이후의 자연으로 회귀
- 병실의 ‘깡마른 나무’는 무척산의 우듬지가 됨
- 결국 자연 속으로 돌아간다는 순환의 의미
- 마지막 순간, 이별의 손짓
- 단풍처럼 아름답지만 쓸쓸한 마지막 모습
- ‘절단된 둘째손가락’ →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지만, 마지막 손짓을 남김
3. 결론 – 이 시가 주는 감동
- 이 시는 병실에서 생을 마감하는 한 존재를 통해
삶과 죽음, 후회, 그리고 마지막 순간의 온기를 이야기해. - 광합성이 빛을 받아 생명을 유지하는 과정이듯,
**마지막 순간에도 한 마디의 말이 위로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 - 하지만 결국 말하지 못한 감정들은 해독되지 못한 채 침묵 속에 갇히고, 후회만 남음
- 마지막 단풍처럼, 떠나는 순간에도 조용히 손을 흔들며 작별을 고하는 모습이 인상적
👉 “마지막 순간, 어떤 말이 광합성이 될 수 있을까?”
👉 “우리는 후회 없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