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평의 시간

< 어떤 광합성 > 김영곤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5. 3. 11. 15:13

< 어떤 광합성 > 김영곤 2025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병실에 누워있다, 깡마른 나무 한 그루

한뉘 내내 둥근 세상 사각 틀로 깎아내다

제 몸을 보굿*에 끼워

몸틀처럼 앙버티는,

 

무엇을 기다릴까, 천 개의 귀를 열고

한 번도 부화하지 않은 톱밥의 언어들이

끝내는 해독 못한 채

침묵 속에 갇히고,

 

저 왔어요 한 줌의 말 광합성이 되는 걸까

핏기 잃은 가지에서 붉은피톨 감돌 때

고집 센 심장박동기

뿌리째 팽팽해지는,

 

무척산에 옮겨 심은 우듬지 저류에서

썩지 않는 후회가 시간의 뺨 데우며

절단된 둘째손가락

단풍 빛깔로 손 흔드는,

 

*보굿:나무껍질의 순우리말.

 

「어떤 광합성」(김영곤, 2025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분석

이 시조는 **병실에 누워 있는 ‘깡마른 나무 한 그루’**라는 상징적인 이미지를 통해
👉 삶과 죽음, 기다림과 회한, 그리고 재생에 대한 의미를 담고 있어.
특히 **‘광합성’**이라는 제목을 통해

  • 빛을 받아 생명을 유지하는 과정
  • 말을 통한 교감, 혹은 삶의 마지막 순간과 연결하고 있어.

1. 시의 구조와 내용 분석

1) 1연 – 병실 속의 나무, 깎여 나가는 삶

병실에 누워있다, 깡마른 나무 한 그루
한뉘 내내 둥근 세상 사각 틀로 깎아내다
제 몸을 보굿에 끼워
몸틀처럼 앙버티는,

  • ‘병실’에 누워 있는 ‘깡마른 나무 한 그루’
    • → 병실에 있는 환자를 나무에 비유한 거야.
    • ‘깡마른’ → 병약하고 쇠약해진 모습.
  • 둥근 세상 vs. 사각 틀
    • ‘둥근 세상’ → 자연스럽고 온전한 삶
    • ‘사각 틀’ → 병실이라는 제한된 공간, 혹은 병으로 인해 깎여 나가는 생명
  • ‘보굿(나무껍질)’에 몸을 끼운다
    • 나무껍질이 몸에 남아 있다는 건 생의 마지막 흔적을 붙잡고 있는 모습
    • ‘몸틀처럼 앙버틴다’ → 몸을 지탱하려 애쓰는 모습을 암시

2) 2연 – 기다림과 해독되지 않는 언어

무엇을 기다릴까, 천 개의 귀를 열고
한 번도 부화하지 않은 톱밥의 언어들이
끝내는 해독 못한 채
침묵 속에 갇히고,

  • ‘천 개의 귀를 열고’
    • 간절하게 어떤 소식이나 말을 기다리는 모습
    • 생이 끝나가기 전에 듣고 싶은 마지막 말이 있을지도 몰라.
  • ‘한 번도 부화하지 않은 톱밥의 언어들’
    • ‘톱밥’은 나무가 깎이면서 나온 찌꺼기야.
    • 여기선 한 번도 표현되지 못한 말들을 뜻해.
    • 끝내 말하지 못한 것, 전하지 못한 감정들이 침묵 속에 갇혀 있음을 의미해.

3) 3연 – 말의 광합성과 마지막 생명 신호

저 왔어요 한 줌의 말 광합성이 되는 걸까
핏기 잃은 가지에서 붉은피톨 감돌 때
고집 센 심장박동기
뿌리째 팽팽해지는,

  • ‘저 왔어요’ → 누군가 병실을 찾음
    • 이 말 한마디가 광합성처럼 생명을 유지하는 빛이 될 수 있을까?
    • 즉, 간절했던 한 마디의 말이 생의 마지막 순간 위안이 될 수도 있음을 의미
  • ‘핏기 잃은 가지에서 붉은피톨 감돌 때’
    • 나무의 가지처럼 생명이 점점 쇠퇴하지만, 마지막 피가 돌고 있음
    • 즉, 생명이 마지막까지도 버티려는 모습
  • ‘고집 센 심장박동기’
    • 생명이 끝까지 버티려는 저항
    • 하지만 점점 뿌리째 팽팽해지며 긴장감이 감도는 상황

4) 4연 – 남겨진 후회와 이별의 손짓

무척산에 옮겨 심은 우듬지 저류에서
썩지 않는 후회가 시간의 뺨 데우며
절단된 둘째손가락
단풍 빛깔로 손 흔드는,

  • ‘무척산에 옮겨 심은 우듬지 저류에서’
    • 무척산(경남 지역의 산) → 죽은 후 자연으로 돌아감을 의미
    • ‘우듬지’(나무의 꼭대기) → 생의 마지막 순간을 암시
  • ‘썩지 않는 후회가 시간의 뺨을 데우며’
    • 죽음을 앞둔 순간, 지나간 시간 속에서 후회를 되새김
    • 후회는 썩지 않는다는 표현 → 쉽게 잊히지 않는 삶의 미련과 아쉬움
  • ‘절단된 둘째손가락’
    • 둘째손가락(검지)은 방향을 가리키는 손가락이야.
    • 이것이 절단되었다는 것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해.
  • ‘단풍 빛깔로 손 흔드는’
    • 단풍 = 붉은빛 = 마지막 작별의 인사
    • 떠나는 생명이 마지막 인사를 보내는 모습을 상징

2. 핵심 주제와 시의 의미

  1. 생명의 쇠퇴와 마지막 순간
    • 병실에서 점점 시들어가는 **한 사람(혹은 나무)**의 모습
    • 광합성처럼 누군가의 한 마디 말이 생의 끝자락에서 빛이 될 수 있는가?
  2. 말하지 못한 후회와 침묵
    • ‘톱밥의 언어들’처럼 끝내 해독되지 못한 감정들
    • 결국 말하지 못한 것들이 남아 후회로 쌓인다
  3. 죽음 이후의 자연으로 회귀
    • 병실의 ‘깡마른 나무’는 무척산의 우듬지가 됨
    • 결국 자연 속으로 돌아간다는 순환의 의미
  4. 마지막 순간, 이별의 손짓
    • 단풍처럼 아름답지만 쓸쓸한 마지막 모습
    • ‘절단된 둘째손가락’ →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지만, 마지막 손짓을 남김

3. 결론 – 이 시가 주는 감동

  • 이 시는 병실에서 생을 마감하는 한 존재를 통해
    삶과 죽음, 후회, 그리고 마지막 순간의 온기를 이야기해.
  • 광합성이 빛을 받아 생명을 유지하는 과정이듯,
    **마지막 순간에도 한 마디의 말이 위로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
  • 하지만 결국 말하지 못한 감정들은 해독되지 못한 채 침묵 속에 갇히고, 후회만 남음
  • 마지막 단풍처럼, 떠나는 순간에도 조용히 손을 흔들며 작별을 고하는 모습이 인상적

👉 “마지막 순간, 어떤 말이 광합성이 될 수 있을까?”
👉 “우리는 후회 없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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