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평의 시간

< 아오키가하라* > 이지우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5. 3. 11. 15:06

< 아오키가하라* > 이지우 2025 광남일보 신춘 문예 시 당선작

 

외로움이란 자꾸 발견되는 이상기후

나는 지금부터 나를 고백하는 것으로

숲에 도달할 수 있다

 

여름이 덜컹거리며 지나가는 어떤 날, 나는 스스로를 바꿔 보기로 했다 노력과 사랑을 뒤섞어서

밥과 함께 삼켜 보기로 했다 문장 속으로 회피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새벽을 참 좋아하고

이것은 글로 포기할 마음을 먹는다는 것

 

창 너머로는 고장난 실외기가 소음 없이 돌아간다

다리 사이로 차오르는 땀과 찝찝함이 아름다워지는 순간이

내게는 있다

 

사람이 너무 좋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미안한 마음이 지속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녹아버린 빙하처럼

외로움은 누군가가 주목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중요해지는 것이다

 

나는 선풍기로 외로운, 혼자인, 함께는 불가능한 스스로를 견뎌낸다 곧이어 풀과 꽃을 기록했다

푸르다, 푸른 것이다 나무는 나무라는 이름으로 죽어간다

 

아직 나 살아있어요, 하고서

 

 

 

「아오키가하라」(이지우, 2025 광남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분석

이 시는 외로움, 자아 성찰, 그리고 존재의 확인을 중심으로 전개돼.
특히 **아오키가하라(青木ヶ原)**라는 장소가 상징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어.


1. 제목 「아오키가하라」의 의미

**아오키가하라(Aokigahara)**는 일본 후지산 북서쪽에 위치한 숲으로, **‘자살의 숲’**이라는 별칭을 가졌어.

  • 이곳은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장소로 알려져 있어.
  • 하지만 이 시에서는 단순한 죽음의 공간이 아니라, 자기 성찰과 외로움을 마주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어.
  • **즉, ‘죽음’이 아니라 ‘고백과 변화의 시작’**이라는 의미로 확장될 수 있어.

2. 시의 내용과 해석

1) 외로움과 자기 고백 – 숲에 도달하는 과정

외로움이란 자꾸 발견되는 이상기후
나는 지금부터 나를 고백하는 것으로 / 숲에 도달할 수 있다

  • **‘외로움’을 ‘이상기후’**에 비유한 점이 독특해.
    • 이상기후처럼 예측할 수 없고, 불시에 찾아오는 감정이라는 의미야.
  • ‘숲’(아오키가하라)로 도달하는 과정은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여정을 의미해.
  • 결국 이 시에서 숲은 죽음의 공간이 아니라, 자신을 직면하는 곳으로 나타나.

2) 변화에 대한 다짐과 결심

여름이 덜컹거리며 지나가는 어떤 날, 나는 스스로를 바꿔 보기로 했다
노력과 사랑을 뒤섞어서 / 밥과 함께 삼켜 보기로 했다
문장 속으로 회피하지 않기로 했다

  • ‘여름이 덜컹거리며 지나가는 날’ → 삶의 전환점 혹은 불안정한 상태를 암시해.
  • ‘스스로를 바꿔 보기로 했다’ → 자기 변화에 대한 다짐을 보여줘.
    • 하지만 변화하는 방식이 ‘노력과 사랑을 뒤섞어서 밥과 함께 삼킨다’는 점에서,
      → 단순히 ‘행동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방식 자체를 바꿔보려는 시도로 읽혀.
  • 또한 ‘문장 속으로 회피하지 않기로 했다’ → 글에 의존하지 않고, 현실을 직면하겠다는 결심을 나타내.

3) 내면의 혼란과 감각적인 묘사

나는 새벽을 참 좋아하고 / 이것은 글로 포기할 마음을 먹는다는 것

  • ‘새벽’은 고요하면서도 불안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시간이야.
  • 새벽을 좋아하는 것은 깊은 사색의 순간을 즐긴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 동시에 고독과 우울 속에서 글로 감정을 풀어내려 한다는 것과 연결될 수 있어.
  • ‘글로 포기할 마음을 먹는다’는 표현이 흥미로운데,
    → 보통 포기는 행동으로 표현되는데, 여기서는 ‘글’이 포기의 매개체로 등장해.
    → 즉, 실제 포기가 아니라, 글을 통해 감정을 해소하고자 하는 태도를 보여줘.

창 너머로는 고장난 실외기가 소음 없이 돌아간다
다리 사이로 차오르는 땀과 찝찝함이 아름다워지는 순간이 / 내게는 있다

  • ‘고장난 실외기가 소음 없이 돌아간다’ → 멈춰 있지만, 계속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상태
    → 이는 삶에 대한 무기력함을 상징할 수도 있어.
  • ‘찝찝함이 아름다워지는 순간’ → 보통 불쾌한 감각이지만, 여기서는 자기 존재를 느끼는 순간이 돼.
    → 즉, 삶의 작은 순간들 속에서도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어.

4) 사랑과 외로움 – 존재의 가치를 묻는 질문들

사람이 너무 좋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미안한 마음이 지속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 이 부분에서 상대방에 대한 감정적 부담감이 드러나.
  • ‘사람이 너무 좋으면’ → 강한 애착을 느끼지만,
    → 그 감정이 부담과 두려움으로 변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이야.
  • ‘미안한 마음이 지속되면’ → 인간관계에서 계속해서 죄책감을 느끼는 상태를 의미해.

5) 외로움의 속성 – 주목받아야 하는 감정

녹아버린 빙하처럼
외로움은 누군가가 주목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중요해지는 것이다

  • 빙하가 녹아버리는 것처럼, 외로움은 주목받지 않으면 점점 사라질 수도 있다는 의미야.
  • 하지만 반대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중요해지는 감정이기도 해.
    → 즉, 외로움은 스스로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다르게 작용하는 감정이라는 뜻이야.

6) 자기 존재를 견디는 방식 – 기록과 관찰

나는 선풍기로 외로운, 혼자인, 함께는 불가능한 스스로를 견뎌낸다
곧이어 풀과 꽃을 기록했다

  • ‘선풍기로 외로운 스스로를 견뎌낸다’ → 선풍기는 바람을 불어주지만, 근본적으로는 고독을 해소해 주지 못하는 존재야.
    → 즉, 외로움을 완전히 없애지 못하지만, 견디는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해.
  • ‘풀과 꽃을 기록했다’ → 자연을 관찰하고 기록함으로써,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줘.

푸르다, 푸른 것이다 나무는 나무라는 이름으로 죽어간다

  • 푸른 색은 생명의 색이지만, **‘나무는 나무라는 이름으로 죽어간다’**는 표현이 의미심장해.
    → 살아있는 동안에도, 결국 존재는 이름과 함께 사라진다는 점을 강조해.

아직 나 살아있어요, 하고서

  • 이 시의 결론이자 가장 중요한 문장이야.
  • 시의 전체적인 흐름이 외로움과 자기 고백, 존재의 확인이었다면,
    → 마지막 문장은 **‘나는 여전히 살아 있다’**는 강한 선언으로 끝나.
    → 즉, 삶에 대한 의지를 놓지 않겠다는 결심을 보여줘.

3. 시의 주제와 의미

  1. 외로움과 자기 성찰
    • 외로움은 피할 수 없는 감정이지만,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줘.
  2.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존재를 고민하는 과정
    • 제목이 암시하는 공간(아오키가하라)은 죽음을 연상시키지만,
    • 실제로 시의 끝은 **‘나는 살아 있다’**는 선언으로 마무리돼.
    • 즉, 삶을 지속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의미가 됨을 나타내.
  3. 기록을 통한 존재의 증명
    • 풀과 꽃을 기록하는 행위 → 작은 것들을 기록하며 삶을 붙드는 과정
    • 결국, 삶은 견디고 기록하는 행위를 통해 지속될 수 있음을 강조해.

4. 결론 – 「아오키가하라」가 주는 감동

이 시는 외로움과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는 과정을 담고 있어.

  • 아오키가하라라는 공간이 ‘자기 고백과 변화의 장소’로 해석된 점이 인상적이야.
  • 마지막에 **‘아직 나 살아있어요’**라는 문장이 강조됨으로써,→ 삶을 지속하는 것 자체가 강한 의미를 가진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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