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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안 오시겠어요 / 박남준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5. 3. 10. 13:11

이래도 안 오시겠어요 / 박남준

 

아른아른 아지랭이가 먼 산들에 피어오르는 이 봄날 겨우내 묵은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는 들녘에 가보아요.

양지쪽마다 마다 새순 곱게 피워올리는 냉이며 달래 씀바귀

 

한땀 한땀 정성스레 바느질을 하듯 조심스레 캐어 맑은 개우물에 씻고 갖은 양념을 넣었습니다. 한 그릇의 봄나물을 버무릴 때마다 손끝에 피어나는 상큼한 봄의 냄새, 아! 생명의 소중함, 푸른 대지의 고마움을 알았습니다.

 

저는 당신의 삶의 한편에 놓일 상큼한 한 그릇의 봄나물이 되려 합니다. 그 봄나물을 키우는 푸른 대지, 그것은 바로 당신의 힘이라는 점, 아시는지요. 이렇게도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박남준 '그 숲에 새를 묻지 못한 사람이 있다' 창비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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