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봄날과 돌 / 오규원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5. 3. 3. 06:37
봄날과 돌 / 오규원
어제 밤하늘에 가서 별이 되어 반짝이다가
슬그머니 제자리로 돌아온 돌들이
늦은 아침잠에 단단하게 들어 있네
봄날 하고도 발끝마다 따스한
햇볕 묻어나는 아침
-오규원(1941-2007)
오규원 시인은 “내 시는 두두시도 물물전진(頭頭是道 物物全眞)의 세계다”라고 썼다. 모든 존재 하나하나가 도(道)이고, 사물 하나하나가 모두 진리임을 밝히는 것이 자신의 시 세계라는 뜻이겠다. 그러면서 본인의 시는 존재를 통해서 말하고, 존재의 편에 서 있다고 했다. 물론 시에는 시인의 주관이 개입하지 않을 수 없지만, 시인의 주관도 “현상에 충실한 현상의 의식”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시는 이러한 시인의 시론(詩論)을 엿볼 수 있다. 시인은 돌들을 본다. 돌들은 움직이지 않고 있으니 마치 깊은 잠에 빠져 있는 것만 같다. 따스한 햇볕은 돌에게 더 나른함을 느끼게 할 테다. 무르지 않고 야무진 돌이라도 봄날의 환하게 밝은 볕에는 그만 아지랑이처럼 맥이 풀리고 말 테니까. 그런데 이 돌들에겐 밤새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어젯밤에는 돌이 밤하늘 상공에서 별이 되어 반짝였고 날이 새자 지금 이 자리로, 본래 있던 자리로 돌아왔다고 시인은 노래한다. 돌이라고 해서 왜 존재로서의 빛남과 꿈이 없겠는가. 간명한 언어로 존재의 편에 선 이 시는 더할 나위 없이 투명하다.
[조선일보 문태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