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겨울의 첼로 / 김영태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4. 12. 2. 06:35

겨울의 첼로 / 김영태

 

화병마다 나는
꽃을 꽂았다
얼음 속에서 풀리는
주제에 의한 변주곡
부둥켜안은 살결 안에
램프를 켜고
나는 소금을 넣은
한 잔의 식수를 마신다
나는 살 빠진 빗으로
내리훑으는
칠흑의 머리칼 속에
삼동(三冬)의 활을 꽂는다
- 김영태 '첼로' 부분

화가였고 시인이었던 김영태의 대표작이다. 흰 눈이 저음(低音)으로 내리는 한겨울의 어느 날, 첼로를 켜는 화자의 이미지로 이 시는 시작된다. 그건 눈으로 보거나 귀로 들을 수 없는 절대적인 행위다. 첼로 연주자는 오직 정신 속에서 하나의 음을 틔우려 한다. 모든 것이 깡마르고 헐벗은 추운 날 창밖의 눈을 보며 읽어야 제맛인 이 시는 위대한 마음을 갈망하는 언어적인 창문과 같다. 자기 안으로 가는 통로를 발견하는 자들은 심연의 램프 하나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김유태 문화스포츠부 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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