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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눈 / 윤성학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4. 11. 27. 14:57

티눈 / 윤성학

 

며칠 따끔따끔한 걸 모른척 지냈더니

한순간 딱 한 걸음부터 견딜 수 없이 아프다

절룩절룩 집으로 돌아와 들여다본다

걸음을 디딜 때마다

가장 먼저 가장 많이

삶의 지면에 닿던 거기

점점 굳어져온 나의 딱 거기

 

별게 다 아프게 한다

티눈 반창고를 붙이고

이것이 붇기를 기다린다

 

걸음걸음마다

무게를 견디며 짓눌리다가

단단히 굳어가다가

아픈 걸 참다 참다

 

비로소 눈이 되는가

그때 거기서 눈떠야 했는데

 

허옇게 불어서 흐물거리는 티눈을

손톱깍이로 뜯어내려는데

그 눈이

이 눈을

빤히 들여다본다

 [윤성학 '당량권 전성시대' 창비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