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가여운 촛불 / 김초혜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4. 11. 18. 05:55
가여운 촛불 / 김초혜
나의 오감은
그대에게 가는 빛을
막지 못하고
수렁에 빠져도
새롭게 접목되며
너로 가득 차고 싶다
무엇으로도 바꾸지 않을
나의 오욕을
아름답게 견뎌내며
묶인 채 자전(自轉)하리라
- 김초혜 '사랑굿30' 부분
낭만이 사라진 시대라지만 마지막 촛불까지 꺼버릴 순 없다. 사랑 속에서 죽어가는 일은 먼 사람들의 이야기 같아도 인생의 길이를 떠올리면 모두가 한 점의 불꽃 같은 삶을 살다가 떠난다. 그 안에서 남겨지는 이야기들의 이름이 결국 사랑인 것이다. 그대를 위해, 아이를 위해, 타인을 위해 현실의 오욕까지 감내하며 '묶인 채로 자전하다' 떠난다고 시인은 말한다. 촛불에 뛰어들어 불태워져도 그 순간은 황홀하다. 주머니 없는 수의 하나 입고 떠나는 게 삶이라던가. 사랑하는 자의 촛불은 영원히 꺼지지 않는다.
[매일경제신문 김유태 문화스포츠부 기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