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반음계 / 고영민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4. 10. 31. 14:25

반음계 / 고영민

 

새소리가 높다

 

당신이 그리운 오후,

꾸다 만 꿈처럼 홀로 남겨진 오후가 아득하다

잊은 것도 사랑일까

 

잡은 두뼘 가물치를 돌려보낸다

당신이 구름이 되었다는 소식

몇 짐이나 될까

물비린내 나는 저 구름의 눈시울은

 

바람을 타고 오는 수동밭 끝물 참외 향기가

안쓰럽다

 

히늘에서 우수수 새가 떨어진다

 

저녁이 온다

울어야겠다

 [고영민 '사슴공원에서' 창비 2012]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