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백련강 환원철 / 김동호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4. 10. 21. 13:16
백련강 환원철 / 김동호
대장간이 시실詩室이다
무쇠들 녹여
잡것을 거둬낸다
굳으면 다시 녹여
쇠망치로 치고 쳐서
쇠 아닌 것을 또 거둬낸다
다시 굳어져 고체가 된 것을
녹이고 녹이고 때리고 때려
쇠 아닌 것을 완전히 거둬낸다
백련강百鍊强
환원철還元鐵이
바람을 자르는
보검寶劍이 된다
올해 나이 아흔이신 김동호 시인은 40여 년간 성균관대학교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셨다. 경기도 군포시 수리산 자락에 거주하시면서 100여 편의 『수리산 연작시』를 출간하기도 했다.
나는 2024년 4월 <공간시낭독회> 초대시인으로 참석했는데 이 <공간시낭독회> 상임시인이신 김동호 선생님께서 프로그램 맨 첫 번째 낭독 시인으로 「할머니와 꼬마둥이들」을 낭독하시어 청중들에게 감동을 주신 기억이 새롭다.
<공간시낭독회>는 1979년 구상, 성찬경, 박희진 시인이 창립하여 45년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우리나라 최장수 낭독시회다. 김동호 시인의 신간 시집 『어머니의 흑백사진』을 읽으며 노시인의 시에 대한 투철한 시정신을 다시금 새로이 보았다.
여기 소개하는 시에서처럼 대장간은 “쇠망치로 치고 쳐서” “녹이고 녹이고 때리고 때려” “쇠 아닌 것을 완전히 거둬낼” 때 비로소 “바람을 자르는 보검이” 되듯 시 또한 마찬가지라는 뜨거운 시정신은 오늘 우리에게 큰 가르침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김동호 시인이 첫 행에서 말한 “대장간은 시실(詩室)”이라는 의미는 참으로 깊다.
[여성소비자신문 허형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