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애관극장 앞에서 / 손유미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4. 9. 12. 15:08
애관극장 앞에서 / 손유미
메세지가 왔다
'애관극장 앞에서 만나'
누구지? 누군데 이 새벽에
애관극장이라니
나는 뭐라 답장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다가 까무룩
잠에 드는데
메세지가 왔다
'꼭'
꼭그래 그러자 자고 일어나 갈게 만나자
답장을 보내고 싶은
마음으로 잤다 그리고
안내자를 만났다
나를 따라와요
갈 데가 있잖아요
안내자는 삼각 깃발을 흔들고
나는 우리 둘뿐인데 그러지 말아요 그러지 말재도..... 안내자는 계속 깃발을 흔들며, 누구 둘이애요? 했다
안내자는 언덕을 오르고
나도 따라 오르고
구시가지 골목을 돌고
나도 따라 돌 때,
아내자는 둘, 셋, 넷, 여섯.....이되고
깃발도 그만큼 많아져 너무 많은 깃발에 둘러싸여 앞이 보이지 않는대도... 아무도 내 말은 듣지 않고
오늘의 마지막 장소는
이 투어의 마지막은
마지막으로.....
제각기 마지막 장소를 소개할 때.
저기요 이런 거
흘렸어요
내 주머니에 손을 찌르고
가는 사람
고마워요 인사할 새도 없이 깃발 속으로 사라져
놓쳤을 때, 내 주머니에 들어온 건
반으로 가른 영화표 그리고
'오늘 잘 봤어 다음엔 내가 보여줄게'
메세지가 왔다
[손유미 '탕의 영혼들' 창비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