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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할 수 없는 여름 / 여세실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4. 9. 10. 09:51

부정할 수 없는 여름 / 여세실

 

달리지 않는 열차는

아직도 자신이 열차라고 믿고 있을까

 

한번도 만나본 적 없는 사람을 떠올려보려 애쓴다

철로 위에 이끼가 파랗게눕고

사람들은 비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오지 않을 기차를 기다린다

얼음만 남은 아이스티 플라스틱 컵에 꽂힌 빨대를 질근질근 씹는다

 

서성거리다

걸음이 닫히자마자 뛰어 오는 기차 소리

 

철로 긁는 소리

붉은 신호

 

기차가 서지 않는 역에서

돌아보면 저만치 저만치가 닿는

 

여름엔 겨울을, 겨울엔 여름을 생각하며

거의 다 왔다고 믿었던 적있다

 [여세실 '휴일에 하는 용서' 창비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