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온다 / 윤성학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4. 7. 22. 15:06
온다 / 윤성학
큰 놈은 언제나 본류에 있다
본류는 멀고
먼 데서부터 입질은 온다
바다의 마개를 뽑아 올릴 힘으로 나를 잡아채야 한다
팽팽한 포물선을 그리며 발밑에까지 끌려온 마찰저항
마지막 순간이 올 때
언제나 거기 있다
막, 채비를 흘려보냈다
온다
-윤성학 '감성돔을 찾아서' 부분
삶이라는 거대 서사에 비견할 만한 은유가 빛나는 시다. 세계의 수면 아래를 상상하고, 바늘을 위치시킬 장소를 결정하면서, 결국 때를 기다리는 일의 다른 말이 삶이다. 잡고자 하는 건 돔이 아니라 세계와의 충돌을 스스로 경험하는 중인 나 자신이다. 굴곡진 포물선을 그리며 한바탕 휘어지다 보면 녀석과 만난다. 본류에서 낚아 올릴 그 얼굴이 궁금해서 우리는 자기만의 미늘을 준비한다. 때가 되면 모두 알게 될 것이다. 온다는 것을, 아니 오고 있었다는 것을. 그 응전이 '나'를 결정한다는 것을.
[매일경제신문 김유태 문화스포츠부 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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