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그대와 처음 마주쳤을 때 / 이채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4. 7. 2. 06:07
그대와 처음 마주쳤을 때 / 이채
하늘의 빛깔과
바다의 빛깔과
땅의 빛깔이 한 곳에 모여도
사랑의 빛깔을 만들지는 못하지
그대와 처음 마주쳤을 때
나는 그 오묘한 빛깔을
잠시라도 볼 수 있었네
그것은 마치
구름을 가르고 내려온 달빛이
잔잔히 그리고
가늘게 떨려오는 부드러움이었는데
순간 모든 것은 멈추어 섰고
나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네
오, 위대한 그대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 빛깔을 만들며
내 곁에 서 있었는데
나는 그때
눈동자는 빛났어도
입술은 말라 있었네
이 쓸쓸한 삶의 목판 위에
그대가 뿌린 찬란한 빛과
그 아름다움에
차마 눈을 뜰 수 없었네
바로 그때부터
나는 장님이 되고 말았네
출처 이채 제6시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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